사탄.
“교만의 별이 떨어진 자리에서”
이사야 14장
도시는 오늘도 빛난다.
유리 벽은 하늘을 베끼고,
전광판은 사람의 이름을 별처럼 띄운다.
그러나 그 빛을 … 더보기 오래 바라보면 안다.
눈이 멀어 갈수록, 마음은 더 어두워진다는 것을.
어느 날, 한 별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올라가리라.
내 자리를 높이리라.
가장 높은 이와 같아지리라.”
그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합리적이었다.
성공이라 불렸고, 자기실현이라 포장되었다.
그러나 그 끝은 낙엽처럼 가벼운 추락,
스올의 먼지까지 떨어지는 길이었다.
그 별이 떨어진 자리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탑을 세웠다.
데이터의 탑, 자본의 탑, 종교의 탑.
하나님 없이도 선할 수 있다고,
하나님 없이도 영원할 수 있다고.
하지만 탑의 그림자는 길어지고,
그 그림자 속에서 아이들은 잠을 설친다.
분노는 정의로 위장되고,
복수는 공의의 이름을 훔쳐 쓴다.
억류된 자들의 한숨이
도시의 지하를 물처럼 흘러간다.
그때, 하늘의 바람이 낮게 속삭인다.
“나는 높아지려 오지 않았고,
낮아지려 왔다.”
한 분이 오셨다.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
가장 높은 분의 마음을 드러내신 분.
그분의 영광은 구름 위가 아니라
상한 갈대와 꺼져 가는 심지 위에 머물렀다.
그분이 십자가 위에서 선언하셨다.
“다 이루었다.”
교만의 언어가 멈추고,
겸손의 왕이 즉위하셨다.
그날, 바벨론의 음악은 삐걱였고
억류자들의 사슬은 녹슨 소리를 냈다.
진리는 싸우지 않았고,
그저 빛났다.
어둠은 빛과 논쟁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배운다.
하늘에 오르는 법이 아니라
무릎을 꿇는 법을.
자리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는 용기를.
사탄은 여전히 속삭인다.
“너는 더 올라가야 한다.”
성령은 조용히 일으키신다.
“너는 나와 함께 서라.”
한쪽은 광야를 약속하고,
한쪽은 길이 되신다.
그러니, 도시여, 들으라.
높아진 이름들 사이로
낮아진 이름을 부르라.
주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은 권세가 되어
땅을 진동시키던 손을 멈추게 하고,
나라들을 흔들던 숨을 잠재우며,
성읍을 헐던 분노를 고쳐 세운다.
그 이름은 억류자를 풀고
눈물의 골짜기 위에 길을 놓으신다.
오늘, 우리는 선택한다.
더 높이의 신화를 따를 것인가,
더 깊이의 복음을 입을 것인가.
그리스도로 옷 입는다는 것은
세상 앞에서 작아지는 연습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참되게 서는 연습이다.
낮아짐의 옷자락이
가장 견고한 보좌임을 알게 되는 훈련이다.
새벽이 온다.
별은 다시 제 자리를 찾고,
도시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우리는 작은 등불이 되어
골목마다 하나씩 켠다.
“빛이 있으라.”
그 한마디를 삶으로 따라 말한다.
아이들의 잠이 깊어지고,
어른들의 마음에 노래가 돌아온다.
교만의 별이 떨어진 자리에서
겸손의 나라가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하나님을 닮고자 오르던 발걸음이
사실은 하나님이 내려오신 품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는 것을.
그 품을 “복음”이라 부른다.
그 품이 오늘, 이 시대를 살린다.
예수는그리스도이시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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